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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타/소설

전력- 여름의 끝

by 먀뭉 2025. 4. 24.

2023. 8. 27.

 

#こは斑ワンドロワンライ  

 

 

솔직하게, 하루 정도 푹 자고 일어난 이후에 오우카와 코하쿠는 많이 후회했다. 

조금 더 제대로 된 상태에서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밤잠을 설치고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은 탓에 너무 섣부르게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해체 해둔채로 두자고? 내 진짜 미쳤던 거 아니가.  그걸 혼자 남겨두고? 그 자식이 혼자 남아서 또다시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어떡하나. 다음에는, 내가 다음에 붙잡았을 때는 이제 더이상 유닛의 멤버도 아니라는 말로 참견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 내가 닿을수도 영영 없게 사라지면 어떡해. 

역시 무르자고 해야할까. 내는 더블페이스가 좋다고, 오만 위험을 다 몰고 온대도 니랑 같이 하고 싶다고 또 다시 어리광을 부린다면 너는 납득해줄까. 마음은 뒤숭숭하고 생각은 산처럼 쌓인다. 반쯤 넘실대는 불안감을 안고, 하릴없이 뉴디 근처를 서성거리던 것도 그 이유였다.  

 

"어라 코하쿠씨이."

그러나 막상 마주한 상대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얼굴이었다. 머릿속을 괴롭히던 환영처럼 저를 피하지도 않았고, 뜻 모를 괜찮다는 식의 웃음을 짓지도 않았다. 다만 예전보다 거리감이 확연히 가까워져 있었다. 애매한 경계선을 두른 것처럼 반 발짝쯤 떨어져 있던 사이가 말랑말랑하게 풀어져 다가왔을 때, 그제야 코하쿠는 가슴께를 채우던 불안감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됐다. 이제 정말로 애써 갈라진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둘은 그 이후로 정말 잘 지냈다. 

코하쿠의 불안은 때때로 부지불식간에 치솟아 올랐지만, 그보다 더 마다라가 자주 코하쿠를 찾아왔다. 가벼운 대화거리를 나누거나 , 함께 디저트 집을 찾아가거나, 제 팬에게서 온 팬레터를 나눠 읽기도 했다. 되려 더블페이스를 할 때보다 더 자주 얼굴을 봤다. 그게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다만, 해체 이후에도 코하쿠에게는 일이 많았다. 올 여름 코즈프로의 프로듀싱이 쉴새없이 몰아쳐서 코하쿠는 올 여름 내내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자연스레 마다라와 얼굴을 보는 일이 적어졌으나, 가끔 문자를 하기도 했고, 불쑥 영상통화를 걸어와 숙소의 발코니에서 홀로 빠져나와 한참을 떠들곤 했다.

시원한 밤공기가 덜마른 머리를 파고 들었다. 찌르르- 찌르르- 밤에도 대차게 울어대던 벌레 소리가 점차 기세를 죽여 조용한 밤이었다. 

이제 여름도 끝 물이구만. 하하. 핸드폰 너머에서 나즈막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고요가 스며들어왔다. 코하쿠는 철제 의자 위에서 발을 꼬물꼬물거렸다. 음,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어하는 듯한 상대를 눈치 챈 탓에 얌전히 기다려주고 있었다. 하암- 기다림이 길어지자 코하쿠는 눈가를 부비며 말을 걸었다. 

 

"하고싶은 말 있으면 하게. 그렇게 뜸들이지 말고. "

"코하쿠씨는 눈치가 빠르다니까아. "

 

그러고도 마다라는 조금 더 머뭇거렸다. 뭘 이야기 하고 싶어서 저러나. 코하쿠가 의아하게 어두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본다. 한참 뒤에 나온 목소리는 저녁시간이라기엔 제법 텐션이 높은 톤이었다. 

 

"코하쿠씨, 나랑 조금 어울려 주지 않을래? "

 

 

 

아니 조금 어울려 달라매. 

코하쿠가 두서없이 좋다고 냉큼 허락한 말에 마다라는 멋대로 일정을 톡방에 올려줬다. 이 날 코하쿠씨 일정 없지? 뭐라할 수 없이 완벽하게 휴가날짜였다. 딱히 예정도 없어서 좋다고 하면 문자일뿐인데도 신나하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코하쿠씨는 몸만 와!] 뭐라노 진짜. 

그래서 정말 몸만 덜렁 왔다. 잘해봐야 마다라항과 함께하는 ES 근교 탐방정도로 생각했던 탓이다. 괜찮은 디저트 집을 소개시켜 주려나. 아니면 소바집? 주로 먹을 것과 관련된 예측이었던 것은 둘이 만나면 늘 가던 코스가 그런 장소였다. 그러나 당일 날 코하쿠가 빡센 일정에 대한 여파로 온 몸에 욱신욱신 근육통을 달고 약속 장소로 가거든, 오랜만에 본다며 환하게 인사하는 마다라의 한 손에는 커다란 가방이 들려있었다. 

 

"이게 뭔데!? 왜 이렇게 짐이 많나! 어디 갈라고?!"

"아! 코하쿠씨 기차 시간 늦어어. 설명은 나중에! 빨리가자아! "

"기차!? 아니 잠깐만 마다라항 내 진짜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 "

 

냅다 손에 이끌려 지하철에 올라타고, 가까운 기차역까지 가서 마다라가 건네준 표를 끊을때까지도 코하쿠는 도통 정신이 없었다. 이제 도시락을 사자며 손을 잡고, 이 역의 도시락 순위를 하나하나 읊어대는 남자를 황급히 붙잡았다. 마다라항!! 설명해 준다매! 

 

"걱정안해도 돼애. 내가 코하쿠씨를 곤란하게 할까봐아?"

"이미 그러고 있다! 니 혼자 알지 말고 설명해라! 우리 멀리가는 거가? 숙박하나? "

 

남자는 당황한 듯이 입을 살짝 벌렸다가 꾹 다물었다. 살짝 눈을 내려깔고 우뚝 멈춰 서 있는 모양을 보고 코하쿠가 한숨을 푹 쉰다. 한껏 들떠보이던 모양이 한번에 축 가라앉았다. 이상하게 제가 뭔가 잘못한 듯한 기분이 든다. 

제멋대로 이끌고 온 사람이 어느쪽인데- 그러나 이제와 그걸 따지자면 입만 아프다. 이런 남자란 걸 이미 알고 있지 않았나.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서툰 남자다. 이번에도 코하쿠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누가 안 간다고 했나. 놀라서 그러는거 아니가. 내 내일 쉬는 날인 건 알고 계획 짠거제? "

"..응"

"내 갈아 입을 옷도 없는데. 세면도구도 그렇고- 그런건 괜찮은거가?"

"....응! 내가 다 준비해왔으니까아. "

 

뭘 어떻게 준비해왔다는 거고. 이제는 기가 찬데, 흘끔 기세를 되찾아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고 있는 꼴을 보니 이상하게 더 화가 안났다. 저 잘난 얼굴 덕을 진짜 많이 본다 그대는. 코하쿠는 한숨과 함께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봐라. 니가 하고 싶은 거. "

 

 

먼저 역의 도시락 점을 들렀다. 

인기가 있다는 도시락 순위 함께 보다가 아예 근방을 쭉 둘러보기로 했다. 역 도시락은 가지각색의 것들이 많았다. 예쁜 빛깔의 것도, 증기가 나와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것도 한창 구경하다가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려 기차를 놓칠 뻔 했다. 각자 다른 것을 사자고 호기롭게 정했던 것은 시간에 쫒겨 가장 가까운 도시락 가게에서 같은 것을 두 개 샀다. 

아슬아슬하게 뛰어 기차칸을 올라타자 문이 닫히는 순간에 차가 출발했다. 훅 훅 숨을 몰아쉬는데 자꾸 웃음이 샜다. 코하쿠, 씨이 후후, 조용히 해야해애. 알고 있다 내도. 그러나 웃음은 자꾸 번진다. 

함께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은 맛있었다. 다음번엔 절대로 그 인스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도시락을 먹을거라는 이야기나, 역시 당고를 사왔으면 좋았겠다는 이야기를 시시콜콜 하면서 어느샌가 코하쿠는 잠에 들었다. 덜커덩, 덜커덩- 간간히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열차가 함께 덜컹거리며 움직일 때면 코하쿠는 자연히 몸을 뒤척이며 더 편한 자세로 고개를 뻗었다. 푹신하고, 따뜻하고 간질간질한. 누군가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것을 들으면 더욱 눈을 뜨기가 싫어졌다. 

 

마다라가 데리고 온 곳은 멀지 않은 바다였다. 와. 바다다. 코하쿠는 덜 깬 몽롱한 얼굴로 울타리를 짚고 새파란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코하쿠씨, 바다 좋아해애? "

"모르겠다. 그렇게 자주 와본것도 아니고- 근데 싫진 않네. "

 

바닷바람은 짠 맛이 났다. 둘은 마다라가 예약했다는 바닷가 근처의 여관에 묵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옛 여관이었지만 관리가 잘 된 티가 났다. 다다미방에 들어서서 외투를  구석에 툭, 던져두고 드르륵 낡은 장지문을 열면 작은 정원과 담 너머의 넘실거리는 바다가 보였다. 쓰읍, 하고 숨을 들이쉬면 꿉꿉하고 시원한 짠 냄새가 났다. 

 

일정은 별다를 것이 없는 조용한 휴식여행이었다. 

둘은 그저 방에 누워서 잠깐 낮잠을 자고, 슬렁슬렁 여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하거나 기념품 같은 것을 뒤적거렸다. 잘 차려나온 저녁을 먹고, 잠깐 온천을 즐겼다. 특별 할 것 없는 온천여행일정이었다. 

이럴거라면 그렇다고 말해주면 되지. 이런 게 취향이 아니라도고 하기 싫다고 할 사람도 아닌데 말이야 . 솔직히 이런 여행은 마음에 들었다. 크레이지 비들과 시끌벅적하게 워터파크 선전을 한다거나, 정신없이 구는 것도 좋았지만 물론 당연히 이쪽도 좋다. 몸에 첩첩히 쌓인 피로감이 슬슬 뭉개어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 노곤해졌다. 

 마다라항이 그렇게 구니까. 꼭 무척 중요한 일이거나 놀랄만한 사항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 생각보다 함께 따라온 남자는 온순하고 얌전히 옆자리에 서서 별거 아닌 이야기를 했다.  그게 달가우면서도 솔직하게 어디서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예측불가를 두려워 하게 된다. 왜 마다라항은, 내랑 이런걸 하자고 한 거고. 

 

"코하쿠씨 졸려? "

느슨하게 유카타를 입은 남자가 온화하게 웃으며 물었다. 괜찮으면 산책 갈래? 

 

밤바다를 너머에 둔 산책은 처음이었다. 밤이 되어 까맣게 물든 바다는 밤에도 여전히 파도를 뱉으며 출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산책로에는 간간히 가로등 불이 켜져있었다. 사박사박 둘은 조용히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데려온 게 아닌가? 코하쿠는 물끄러미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 앞을 보던 시선이 천천히 제게 닿아 빙그레 호선을 그렸다. 

 

이상하게 간지러움이 일어서 코하쿠는 멋쩍게 시선을 피하고 목덜미를 긁었다. 정작 긁고싶은 곳도 아니었는데, 어디라도 긁어내지 않으면 견디지가 어려울만큼 간질거렸다. 큼, 그래서. 코하쿠가 먼저 말문을 연다

 

"니 하고 싶은 거 다 했나?"

"응?" 

"대단할 거 없긴 했는데. 온천에 들어가고, 밥 먹고, 구경하고, 그런 거 말이다. 니는 이걸로 됐나? "

 

아니면 더 하고싶은 거라도 있나? 그 물음에 남자는 뜸들이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천천히 발걸음이 느려졌다. 

 

"코하쿠씨 혹시, 싫었어? "

"하아?" 

 

내 지금 뭐라고 하기라도 했나? 코하쿠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남자를 올려다본다. 일렁일렁, 또다시 이 덩치 큰 겁쟁이의 눈 속에 든 건 두려움이다. 

 

"그런 말 하지도 않았잖나. 그대가 만족했는지 물어본거야. 어디까지나. 그대가 오고 싶다고 해서 온 곳이니까." 

 

그러나 이 말도 이 남자에겐 무슨 말로 들렸는지 알수가 없다. 타박타박, 걸음이 이어진다. 이상하게 코하쿠는 그 걸음만 봐도 이 남자가 별 쓸데 없는 생각으로 가득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진짜 니는 골치 아픈 놈이다. 

 

"뭐가 문젠데! "

코하쿠가 다가서서 손을 덥썩 붙들었다. 우리 괜찮은 거 아니었나? 왜 또 도망가냐고. 붙잡힌 남자는 예나 지금이나 제가 먼저 물러서놓고선 붙잡히면 당황스러운 얼굴이 됐다. 가장 먼저 입가가 빙그레 호선을 그린다. 코하쿠씨 아무런 문제 없어. 그러나 그런 말을 할 때 가장 문제가 있다. 

 

"별 쓸데없는 넘겨짚기 하지 말고, 니 생각을 말해라. 뭐가 하고 싶었던 건데? "

" 그냥... "

"마다라항, 내가 들어준다고 하잖아. "

 

끝에 다다라서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가 된다는 걸 코하쿠도 늦게서야 눈치를 챘다. 이 남자가 서툴다는 것도, 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회피 욕망이라는 것도, 어스름하게 알고는 있지만 이런 순간에 자꾸만 화가 난다. 소리쳐도 닿지 않는 것 같은, 아무리 붙잡아도 닿지 않을 것 같은 어느때의 불안이 또다시 늘러붙는다. 그냥 말해줘. 뭐든 괜찮으니까. 

 

바람이 불었다. 소금기가 배인 찝찝한 바람이 뺨을 스쳐 끈적하게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더듬더듬 남자의 자신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냥, 

 

"...그냥 코하쿠씨가 즐거웠길 바랬던 것 뿐이야. 모처럼, 시간이 맞았고, 여름이고, 곧 이 여름이 끝나간다고 생각하니까. "

꿀꺽 숨을 삼킨다. 

"그러니까 그냥, 코하쿠씨의 올 해 여름이 무척 즐거웠던 건 알고 있지만. 그게, 그 안에.. "

손아귀에 땀이 찬다.  

"내가 들어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 "

 

구구절절 이어지던 말이 천천히 사그러들었다. 이리저리 두서없이 말을 꺼내던 남자는 기어코 제 감정까지는 내뱉지도 못한 채로 잡힌 손을 쥐었다 폈다. 더이상 제대로 된 끝맺음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기색으로 눈을 데룩데룩 굴렸다. 하아. 진짜. 코하쿠는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다리에 힘이 스르륵 풀린다. 코하쿠씨!!  그 자리에 주저앉은 코하쿠에게 남자가 부산스레 굴었다. 혹시... 몸이 안 좋아? 그만 들어갈까? 역시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해서.... 

 

" 마다라항. "

잡은 손에 힘을 주자 마다라는 주절대던것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응. 코하쿠씨. 마다라는 가까이 다가와 가만히 쪼그려앉아 키를 맞췄다. 아주 가까운 곳에 그 남자가 있었다. 혼자서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말하던 남자가. 내가 함께 있다면 싫을 거라고 말하던 남자가, 내가 너무 좋아서 소중해서 유닛을 해체하자고 한 남자가. 

 그러니까 왜 괜찮겠나. 왜 그럴거라고 생각했나. 

아주 가까운, 서로의 영혼이 들여다 보던 순간에서 떨어져 나와, 불완전한 관계가 되었음에도,  그 불완전함이, 네가 서투르게 내게 닿으려 애써 노력하는 순간이 사랑스럽다. 기어코 제게서 물러나려 들지 않음이, 서툴게 욕심을 부리려는 게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네 불안이, 오히려 나와 같아서 안심이 됐다. 아아 안된다. 진짜로. 아무리 더듬어봐도 물러설 곳은 없고 헤어나올 수 없는 곳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손을 꽉 붙잡는다. 어둔 밤에도 고요하게 빛나는 초록색의 눈동자를 곧게 마주한다. 

 

"나는, 마다라항과 있으면 즐겁다. 마다라항도 내랑 있으면 즐거웠으면 좋겠어. "

"... 나도 코하쿠씨랑 있으면 즐거워. "

"그럼 됐다." 

 

됐다고오? 남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로 눈썹을 모아 찌푸렸다. 다만 쉬이 툭 튀어나오지 않는 것은 제 스스로 무엇을 토로해야하는지 도저히 알지 못한 터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너를, 입안에서 이리저리 내뱉지 못한 말이 굴러다닌다. 내 봐라. 그렇게 굴러다니던 시선을 다시 맞춘 건 언제나 빗나가지 않는 눈동자였다. 

 

"내는 마다라항이랑 하고 싶은 게 아직 많다. 이번 여름 뿐만 아니라. 내년도, 내후년에도. "

 

다 하자. 계속 하자. 10년은 내랑 더 어울려주기로 했잖아. 단단히 각오하게. 뺨을 이끄는 손길에 마다라의 얼굴이 허물어진다. 우는 듯이 웃는듯이 잘 알 수 없는 이상한 얼굴이 됐다.  

 

" 코하쿠씨가 좋아. "

"안다. 나도 마다라항이 좋다." 

 

둘은 한창 시선을 마주하며 숨죽여 웃었다. 여름의 끝자락의 밤은 유난히 길고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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